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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내가 밥풀처럼 가난하게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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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2건 조회 41회 작성일 20-03-18 22:1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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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다가 밥풀 하나가 떨어졌다. 나는 습관적으로 주워 먹으며 생각한다. 한 여름 내내 땡볕을 받아 살찌우다가 깎이고 또 깎인 다음에는 뜨거운 물로 완전히 익힘을 당하고서야 내게 피와 살이 되려고 찾아온 녀석인데. 어릴 적 얼마나 허기지며 살았으면 밥풀 하나 버리지 못할까마는.

어릴 때 자라온 환경 탓인지, 나는 남은 음식을 잘 버리지 못한다. 김치가 오래되어 군내가 나면 물로 깨끗이 씻어 볶아서라도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자주 사무실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해결하는 내게, 시골에서 어머니는 김치며 여타 밑반찬을 보내온다. 연로한 어머니가 애써 만들어 보내온 반찬이 미처 다 먹기도 전에 상해버릴 때는 여간 죄송한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이를 버리기조차 해야 할 때는 죄인 심정이 되고 만다.


얼마 전 어머니가 매콤하게 김치를 만들어 보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해도 다행히 상하기 전 다 먹었는데, 양념이 가득 들어간 국물이 아까워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국물을 큰 그릇에다 따르고, 계란 몇 개를 깨트려 휘휘 저었다. 거기다 스팸도 잘라 넣은 후 전자레인지에 몇 분 돌리자 훌륭한 소주 안주가 되었다. 여기에다 밥을 곁들여 먹으니 말 그대로 밥안주가 된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소주 안주에는 밥안주가 최고다.

 

스님들의 발우 공양(발우 안 음식을 다 먹으면 단무지로 발우를 깨끗이 닭아 그 단무지를 먹고, 다시 빈 발우에 물을 부어 발우를 헹구어 마심)까지는 아니지만, 90 가까운 노모가 해주신 음식을 국물 하나 안 버리고 잘 먹었다는 감사함의 생색은 되었다.

  

근데 참. 내가 가난하게 산 이유가 보인다.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밥풀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게 어려운 시절을 겪은 이들의 공통적 특성일까요.
이 봄에 중하교 입학을 대기중인 손주 녀석이 먹고난 밥 그릇엔 항상 한 숱갈
가까이 남겨진 밥풀 때문에 매끼마다 잔소리.......

시골의 모친이 보내주시는 반찬은 단순한 김치이거나 밑반찬이 아닐지언대
아직도 그분의 사랑과 정성을 먹을 수 있는 이 사장은 축복을 많이 받은
행운아가 아닐까요. 그런 맥락에서 무척 부럽고 내 어머님이 그립습니다.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네, 교수님
늘 어머니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유진이 개학이 늦어져서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교수님 작품집 편집 끝나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럴 때 사람들이 책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