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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위기십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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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판암 댓글 2건 조회 887회 작성일 22-04-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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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십결 이야기


위기십결(圍棋十訣)은 바둑에서 사용하던 용어이다. 그 옛날 당나라 현종(玄宗)이 기대조(棋待詔)라는 벼슬을 만들었다. 이 직(職)은 왕과 바둑을 대적해 두는 벼슬로서 바둑의 최고수만 임용되는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그 벼슬에 올랐던 왕적신(王積薪)이 지은 ‘바둑을 두는 10가지 비결’이 위기십결(圍棋十訣)이다. 여기에 담긴 참뜻을 되새긴다.


첫째로 ‘승리에 욕심을 내면 이기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이기려거든 욕심을 버려라’는 뜻으로 “부득탐승(不得貪勝)”이라고 이르고 있다. 분명 바둑은 이기려고 펼치는 경기일지라도 승리에 집착하다보면 큰 국면을 놓치고 오히려 실수를 할 개연성이 다분함을 경계하라는 권고이다. 둘째로 ‘경계에 들어설 때는 마땅히 천천히 하라. 이는 상대의 세력권에 들어갈 때는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말라’는 의미로 “입계의완(入界宜緩)”하라는 얘기이다. 비록 상대의 영역이 탐나더라도 지나치게 깊이 침투하다가는 되레 대마가 잡히거나 그에 상응하는 손해를 감수하게 될 위험성이 다분함을 경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셋째로 ‘상대를 공격할 때는 나를 돌아보라는 견지에서 결국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자신의 결함을 살펴보라’는 뜻의 “공피고아(攻彼顧我)”하라고 충고한다. 이는 손자병법의 모공편(謀攻篇)에서 나오는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 : 지피지기 백전불태)”, “상대를 모르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진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 불지피이지기 일승일부)”, “상대를 모르고 나도 모르면 항상 위태롭다(不知披不知己 每戰必殆 : 불지피블지기 매전필태)”와 같은 맥락의 조언이다.


넷째로 ‘돌을 버리더라도 선수(先手)를 확보하라 또는 중요하지 않은 돌을 버리더라도 선수를 잡으라’는 뜻으로 “기자쟁선(棄子爭先)”이라고 한다. 이 말에서 ‘자(子)’는 바둑알을 지칭하며 비록 바둑알 몇 개를 잃을지라도 반드시 선수를 잡으라는 충언이다. 다섯째로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얻는다 혹은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노리라’는 의미로 “사소취대(捨小取大)”하란다. 이 말은 ‘큰 것을 얻는다’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비되는 말이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는다’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은 ‘큰 것을 잃는다’가 강조되는 개념이다. 여섯째로 ‘위험에 봉착하면 모름지기 버려라(손을 떼라)’는 의미의 “봉위수기(逢危須棄)”하란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 침착하게 손해를 최소화하여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함을 권장하는 대목이다.
일곱째로 ‘신중하고 경솔하게 서둘지 말라’는 뜻을 함축하는 “신물경속(愼勿輕速)”을 주문한다. 이는 위기에 처해도 평상심을 유지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라는 암시이지 싶다.


여덟째로 ‘상대가 움직이면 같이 움직이고, 멈추면 같이 멈춰라’는 암시로 “동수상응(動須相應)”을 제안하고 있다. 아홉째로 ‘상대가 강하면 자신을 지켜라 즉 적이 강하면 안전에 진력하라’는 맥락에서 “피강자보(彼强自保)”하라고 간언한다. 다시 말하면 적이 강할수록 수비에 만전을 기해야 함을 뜻한다. 왜냐하면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공격을 취하다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고립되었을 경우 화평책을 취하라’는 취지에서 “세고취화(勢孤取和)”를 추천하고 있다. 적의 튼튼한 세력으로 고립될 위기에 처한다면 발 빠르게 화합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반상(盤床) 위를 수놓는 인생의 축소판인 바둑의 유래이다. 중국의 박물지(博物誌)나 설문(說文)을 비롯해 중흥서(中興書) 등에 따르면 바둑 유래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요순창시설(堯舜創始說)”로 요(堯)•순(舜) 임금이 어리석은 아들인 단주(丹舟)와 상균(商均)을 깨우치려고 만들었다는 설이다. 그 외에  농경사회 시절 우주와 천체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연구하는 도구로 바둑을 발명했다는 “천체관측설(天體觀測說)”이 있다. 또한 중국의 기성(棋聖)으로 추앙받는 우 칭위안(吳靑源)이 역학(易學)이나 제례(祭禮)에 대한 교양을 터득하라고 바둑을 전파했을 것이라는 “우 칭위안설(吳靑源說)” 따위가 전해진다는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백제의 개로왕(蓋鹵王)이 고구려의 승려 도림(道琳)과 바둑을 두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바둑은 한자로 “棋(바둑 기)” 또는 “碁(바둑 기)”로 표기하며 별칭으로 혁(奕)이나 혁기(奕棋) 혹은 위기(圍碁)로 부르기도 한다. 아울러 ‘도인들이 바둑 두는 광경을 구경하다가 나무꾼이 도낏자루 썩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경과했다’는 얘기에서 비롯된 난가(爛柯)라고도 한다. 또한 ‘말이 통하지 않는 사이에도 바둑을 대국하면 마음이 통한다’는 의미에서 수담(手談)이라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좌은(坐隱)이나 오로(烏鷺) 또는 흑백(黑白)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전통 육아법으로 아기를 어르는 방법인 단동십훈(檀童十訓)이 있다. 그리고 그 옛날 고려사(高麗史)에 수록된 훈요십조(訓要十條)는 고려 태조가 후손에게 남긴 열 가지 가르침이었다. 이와 같이 중요한 사항을 요약한 대표적인 내용이 ‘하나님이 시나이 산에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렸다고 하는 열 가지 계율’이 십계명(十誡命)이다. 이들과 상통하는 맥락에서 ‘바둑을 두는 데 열 가지 비결’이 위기십결이리라. 원래는 바둑을 뜻했지만 ‘단순히 바둑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지침으로 삼을만한 10 가지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철학과 가치관에서 디지털시대인 지금도 두고두고 음미하며 되새겨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싶다.


한맥문학, 2022년 4월호(통권 379호), 2022년 3월 25일
(2021년 12월 13일 월요일)

댓글목록

장은초님의 댓글

장은초 작성일

선생님 바둑이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저는 오목밖에 모르지만 글을 읽으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어휘 공부를 해 보니 의외로 바둑 용어들이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포석 국면 사활 호구 무리수 자충수 꼼수 승부수 패착 완착 꽃놀이패 등등

소귀에 경읽기라도 생판 모르는 것보단 낫습니다.
선생님, 늘 건강하십시오^^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교수님 건강하고 안전하게 잘 지내시죠?
날씨는 봄이고 꽃도 피고 지고 있습니다.
서울보다 마산은 따뜻하니 더 빨리 꽃들이 졌을 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임영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