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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윤아 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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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2건 조회 663회 작성일 22-05-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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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 현아

윤복순

 

3월 초 딸 생일 때다. 저녁시간에 전화를 했다. 신학기로 정신이 없을 때라 미역국은 끊여 먹었는지, 생일 축하한다고, 또 너를 임신하고 낳아 기르면서 지금까지 엄마 아빠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그런 얘기를 나눌 참이었다. 그런데 받지 않았다.

샤워하고 나왔다며 바로 전화가 왔다. 얘기를 나누는데 할머니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윤아예요. 딸이 바꿔줬다. 엄마 생일 축하 했어? , 케이크도 먹었어요. 그래 잘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못가? 아니요, 다녀요. 2학년 4반 됐어요. 현아랑 같은 반이어요. 학교 잘 다녀? 재밌어? , 우리 선생님 예뻐요. 예쁜 선생님이 담임여서 좋겠네. 얼마만큼 예뻐? 너희 엄마보다 더 예뻐? 아니요, 우리 엄마가 백배 천배 더 예쁘죠. 그래~ 그렇게 예쁜 너희 엄마 할머니가 낳았거든. 알아요. 다음에 우리 엄마 생일은 외갓집에서 해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랑 다 같이요. 그래 그게 좋겠다. 코로나 끝나면 그렇게 하자.

현아를 바꿔준다. 현아도 학교 잘 다녀? 너희 선생님 예쁘다며? 근대요, 우리 선생님 서른 살 못 먹은 줄 알았는데 서른 두 살이래요. 그럼 너희 엄마보다 젊고 더 예쁘겠그만. 아니에요 우리 엄마가 하늘만큼 땅만큼 더 예뻐요. 우리 엄마는 스물 네 살이어요. 웃음보가 터졌다. 그럼 너희 아빠는 몇 살이고? 우리 아빠는 스물일곱 살 요. 어디서 이런 궁냥이 나올까.

윤아와 현아는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두 달, 한 달 이상 있었다. 1.4Kg 1.7Kg으로 어떻게 잘 자랄 수 있을까 애를 태운지가 엊그제 같다. 정상으로 태어난 애들 보다 키가 작은 편이지만 제 때에 입학을 했고 학교생활도 잘 하는 편이란다. 끙끙 앓으면서도, 아프면 학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결석은 하지 않는단다. 지금 같은 끈기와 성실함이라면 살아가는데 지장 없을 것이다.

그날 저녁 모처럼 크게 웃었고 애들과 얘기를 나눈 덕인지 몸도 마음도 상쾌해 많이 젊어진 기분이 들었다. 이만한 보약이 또 있을까. 무슨 꽃이 예쁘네, 무슨 꽃이 예쁘네, 해도 사람 꽃보다 예쁜 꽃은 없다고 했던가. 이 예쁜 꽃들을 코로나 때문에 보지 못한다. 내 생일 때 아들네도 딸네도 내려오지 못하게 했다. 가끔 영상 통화를 하지만 보듬어 줄 수가 있나 볼을 비빌 수가 있나. 말보다 심장과 심장을 맞대고 그 뛰는 소리를 들려줘야 하는데.

태양광 모듈의 방향을 바꿔줘야 했다. 춘분과 추분 일 년에 두 번 한다. 그날 아들딸이 밭으로 내려왔다. 아들은 혼자만 왔다.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온 가족이 오미크론 양성으로 격리해제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딸네는 사위와 윤아 현아가 같이 왔다. 손자와 손녀 둘은 컸다고 오지 않았다.

남자들은 태양광 일을 하고 딸과 손녀들은 나랑 쑥을 캤다. 딸의 직장생활 얘기를 들어 주는 것으로 딸을 위로해 준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하는 직장생활을 해 본 적이 없어 상하 동료 간의 인간관계에 신경이 많이 쓰일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다. 어려운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 딸 며느리 사위에게 막판에 내가 해주는 말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감사한 것 천지니까 항상 웃으면서 근무해라.”이다.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긴다. 손자손녀들에겐 학교 유치원 재미있게 다녀라.”이다.

윤아야 현아야 학교생활 얘기 좀 해줘. 윤아의 얘기다. 작년에 그러니까 1학년 때 같은 반 이었는데 올해는 다른 반이 된 아무개가 저희 교실로 찾아와서 사귀고 싶다고 했단다. 윤아는 나중에 말해준다고 하고, 저희 엄마에게 말하니 지금은 어리니까 친구로 지내자.” 라고 해서 그렇게 말했단다.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가서 만나자고 하지 그랬어, 내 말이다.

현아야 너는 누가 사귀자고 하는 애 없어? “그런 소리 하는 애 있으면 나는 가만 안 둬요.” 또 웃음이 빵 터졌다. 그럼 네가 맘에 드는 애 있으면 사귀자고 먼저 말 할래? 어린 것들이 어느새 많이 컸다. 현아는 태어날 때 300g 체중이 더 나갔다. 인큐베이터에도 한 달 밖에 있지 않았다. 윤아 보다 1년 이상 키가 커 언니 같다.

저희 엄마 껌 딱지 인줄 알았는데 애들이 보이지 않는다. 쑥 캐는 일이 힘들었나, 차 안에서 짝 소리 없이 놀고 있다. 이제는 다 컸다는 생각이 든다. 윤아야 현아야 이리 와봐. 코로나 끝나면 할아버지 할머니랑 외국 여행갈까? 우리 엄마는 안 가요? , 다섯 밤 정도 자고 올 건데. 대답하지 않고 바라만 본다. 오빠는 2학년, 큰언니는 3학년, 작은 언니는 2학년 때 갔었는데. 우리들도 갈 수 있어요. 비행기 타보고 싶다고 호기심을 보인다.

조금 더 커 중학생만 되어도 외갓집에 오는 것도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따라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는 따라 다니는 게 아니라 어쩌면 저희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닐는지.

지금이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시간인데 자주 만나지 못해 안타깝다. 어릴 때에 재미있는, 아름다운, 귀중한, 사랑 많이 받았다는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 이런 추억들이 살아가는데 재산이 되어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 지치고 힘들 때 견딜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이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22.4.26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초등학교 2학년의 쌍둥이 손녀들 무척 귀엽고 자랑스러우시겠습니다. 귀한 손녀들에 대한 할머니의 정을 옆에서도 듬뿍 느낄 수 있어 저도 덩달아 행복했습니다. 프르른 오월의 신록처럼 행복한 계절 되시길 빕니다.

이분남님의 댓글

이분남 작성일

윤선생님!
손주들과 행복한 모습이 정겹습니다.
고눔들은 왜그리 할미 가슴을 덮게 만드는지 모를 일입니다.
혈맥이 함께 뛰고 있기 때문일까요? ^^
따뜻한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