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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4차 백신 맞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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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2건 조회 679회 작성일 22-05-2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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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백신 맞은 날

윤복순

 

코로나도 엔데믹으로 되어간다. 초창기에 비하면 하루 양성자가 몇 만 명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인데, 증상이 감기 수준이고 비교적 치료도 잘 되는 편이라 거리두기도 없애고 실외에선 마스크 착용도 의무사항이 아니다.

한창 많을 때는 익산도 하루 확진 자가 천 명 이상 나왔다. 우리 아파트에도 양성자가 많았고, 어느 가정은 온 가족이 다이어서 나올 사람이 없어 내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출입문 손잡이에 걸어 놓고 오기도 했다. 전화로 상담해 약을 주문하고 돈은 계좌이체하고 약국 앞에서 노크하면 손을 쭉 내밀어 약을 내 주기도 했다. 때로는 문 앞에서 약을 사고 나보고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고 의자에 돈을 놓고 가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위험했고 오직 마스크 하나에 의지하니 불안했다. 나이가 있고 환자들이 들락거리니 약국이 내가 고위험군 이다. 3차 접종 후 몇 개월이 지나면 효과가 없다고 하고, 실제 3차 접종을 한 사라들도 양성자가 많다고 하고, 심지어 재 감염자도 많으니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노령자는 4차 접종을 하라고 한다. 3차 까지 접종 후 아무 이상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참엔 걱정이 되었다. 1년 안에 이렇게 4번이나 맞아도 될까. 새벽 운동도 가지 않았다. 아침밥도 신경 써 잘 챙겨 먹었는데 병원에 가는 길, 다리에 힘이 없다. 깜냥에 긴장이 됐나보다.

똑같이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근무하는데 기운이 없다. 난로를 켜고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문 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컨디션이 영 아니다. 최고 좋은 자양강장제를 먹었다. 또 의자를 뒤로 하고 눈을 감았다. 그냥 집으로 들어갈까.

우리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가 산삼 하나를 가지고 왔다. 그녀는 경리해제 된 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영 깨성을 못하고 밥도 못 먹고 지쳐있으니 사위가 보내온 것이라고 한다. 그 비싼 것을 나에게 주려고 하나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내 아무리 염치가 좋기로서니 어떻게 이걸 받아먹겠는가. 산삼이 아니라 산양삼이라고 기어이 놓고 간다.

20여 년 전 산삼을 먹었다. 일요일 마다 초보심마니를 따라 다녔다. 운 좋게 나도 하나 캤다. 물론 상품가치는 없는 것이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그해 비록 실 가닥 같지만 다섯 개는 먹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건강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왔을 때 마스크 때문에 힘도 들었지만 외식을 안 하니 체중이 줄었다. 그 뒤로 그 체중이 계속 유지된다. 동네 사람들은 내가 살이 많이 빠졌다고 어디 아프냐고 묻기도 한다. 나이 먹으면서 체중이 주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체중이 줄어드니 기운이 없다. 행동도 많이 느려졌다. 특히 걸음이 느려져 새벽 운동 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앞질러 간다. 근육 량이 줄어 종아리고 허벅지고 살이 물렁물렁하다. 칠십 줄에 앉았다고 이렇게 태가 난다.

심마니에게 부탁해 산삼이라도 먹어야 할까 하던 참이었다. 집에 들어갈 생각을 접고 삼을 깨끗이 씻어 뿌리부터 잎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나는 산삼을 먹었다고 최면을 걸었다. 삼의 향이 입안에 가득하다. 기운이 날 것이다. 다리에 힘이 붙을 것이다.

점심은 도시락을 가지고 나온다. 집이 코앞인데 집에 들어가는 게 귀찮아 들고 나온다. 코로나19 전에는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외식을 자주했다. 팬데믹 이후로 지금까지 외식은 한 손에 꼽을 정도도 안 된다.

505동 할머니가 점심 먹지 말고 기다리라고 한다. 당신도 지금 백신 맞고 오는 길이라며 우족탕을 끊여 가지고 온단다. 할머니 고생하실 것 생각해 우리 나가서 사먹고 올까요?” 손을 흔들며 지금까지 우리가 잘 이겨냈는데 이제 와서 흐트러지면 안 된다고, 당신 걱정 말고 기다리고 있으란다.

할머니는 항상 나에게 팔십까지 건강하게 약국 하라고 말씀하신다. 친정엄마같이 조금만 색다른 반찬을 만들어도, 어디서 맛있는 것이 들어와도, 당신은 이가 시원찮아 먹지도 못한다며 다 약국으로 가져오신다. 나는 넙죽넙죽 잘 받아먹기만 하고.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 땀까지 흘렸다. 한결 가벼워졌다. 오후 근무 이상

내 또래 아주머니가 상의하러 왔다. 큰 언니가 80이 넘었는데 우리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만나겠냐며 당신 집에서 네 자매가 만나자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다. 서울이라서 더 걱정이 된단다. 나도 며칠 안 있으면 친정어머니 제사다. 2년 동안 가지 않았다. 형제자매들도 못 만났다. 우리 큰 언니도 팔십이 다 된다.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나 오늘 4차 백신 접종했는데 엄마 제사 때 가도 될까?’ 동생도 올해는 오라고 전화하려고 했단다. 아주머니와 나는 4차 백신도 맞았으니 마스크 잘 쓰고 다녀오자고 했다.

실외에선 마스크 착용이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대체로 거의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나도 약국에서 혼자 있을 때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모두들 각자가 알아서 나는 내가 지킨다.” 인 것 같다. 느슨할 때 더 잘 지켜야 한다.

4차 접종도 하고 산삼까지 먹었으니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우리 동네 사랑방 역할 잘 하자고 다짐해 본다.

 

2022.5.4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이제 코로나19의 심술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요? 저로 4차 접족 첫날 곧바로 예약했다가 지난 4월 26일 지정 병원에서 부부가 함께 4차 접종을 마쳤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4차 접종에서는 이상 증세가 의거 없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후에는 다시 접종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유로워졌으면.....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선생님, 테마수필 원고는 아직 못 쓰셨나요? 다 쓰시면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