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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솔라타워와 99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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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판암 댓글 0건 조회 638회 작성일 22-05-3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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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타워와 99타워


진해해양공원을 다녀온 뒤 뇌리에 인상 깊게 새겨진 것은 뭘까. 곰곰이 곱씹어보니 해양이라는 말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솔라타워(solar tower)와 99타워 등 두 개의 빌딩이다. 바닷가나 섬에 자리한 해양공원이라면 빼어난 해변의 정경이나 명경같이 맑고 투명한 물과 백사장을 비롯한 물놀이와 볼거리가 연상된다. 그런 기대를 채우지 못해 보완책으로 데크(deck)재의 아기자기한 해안산책로가 개설되었을까. 하지만 여느 해변의 그것과 다를 게 없어 특별한 관심을 끌지 못할 뿐 아니라 바닷물에 다가갈 곳도 마땅치 않아 몹시 아쉬웠다. 약간은 심드렁한 마음으로 공원인 “음지도” 곳곳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전시물을 찬찬히 살폈던 하루의 나들이 길이 옹골져 남는 장사를 했다는 만족감에 흐뭇했다.


생전 처음으로 진해해양공원을 찾았었다. 처음 이 공원의 얘기를 들으며 ‘진해 중심 어딘가의 바닷가에 자리했으리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래서 “시와 늪” 행사 날짜에 찾아갈 때는 시내버스로 진해에 도착한 뒤에 다시 택시를 이용해 찾아갈 요량이었다. 얼토당토않은 착각이었다. 약속된 날짜가 오늘이라서 아침 출발하려는데 아내가 태워다 주겠다고 자청했다. 네비게이션에 목적지(진해구 명동로 62 진해해양공원)를 입력하고 지시하는 대로 따라 갔더니 진해 도심을 훌쩍 지나쳐 끝없이 부산 쪽으로 달리라는 안내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숲으로 둘러싸인 도로를 지나 조금만 더 진행하면 부산 신항(新港)과 거가대교에 다다를 지점이었다. 바닷가 쪽으로 우회전하라는 이정표의 안내에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해안으로 접어들어 이 공원이 자리한 “음지도”로 이어지는 교량인 음지교를 건너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내는 곧바로 회차(回車)해 귀갓길을 택했고 터덜터덜 걸어서 약속 장소인 정상의 솔라타워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음지도”라는 작은 섬을 개발한 공원이었다. 그 주요 시설로 해양생물테마파크, 해전사체험관, 짚트랙(zip trek), 솔라타워, 해양 솔라파크, 어류생태학습관, 야외광장, 해안산책로(해안데크로드), 우도보도교 따위가 있었다. 이것저것 구경하며 하루의 휴식을 취하기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지만 많은 행락객이 동시에 몰려들 경우 야외 휴식 공간이 부족하리라는 느낌은 숙제이지 싶었다. 한편 공원인 섬을 한 바퀴 돌아봐도 바닷물에 손발을 담그기 어려운 환경에 고개가 갸웃해졌다. 그게 서운할 경우라면 우도보도교를 건너 “우도” 해변으로 가서 갈증을 달래면 벌충되지 싶었다.


입구 주차장에서 하차하여 섬의 오른쪽으로 개설된 차도 옆의 인도를 따라 오르는데 바닷가 낭떠러지에 세워진 우주선 발사대를 연상시키는 99타워가 반겼다. 이는 짚트랙을 위한 빌딩으로 99m 높이의 타워로서 1.39km 떨어진 소쿠리섬까지 쇠줄을 타고 최대 시속 80km 속도로 날아가기 위해 건설되었다. 한편 이 빌딩의 19층엔 높이 75m의 타워 외벽 둘레 62m를 걷는 체험인 엣지워크(edge walk) 시설이 되어있다. 또한 드높은 중간층엔 고상한 레스토랑도 있어 진해만의 크고 작은 섬과 바다를 배경으로 식도락을 즐기며 멋과 낭만을 맘껏 누릴 수 있다. 고소 공포증이 없고 조금만 젊었으면 짚라인의 신나는 흥분을 맘껏 즐겼을 터인데 현실적으로 무모한 도전이리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99타워를 지나 정상의 솔라타워에 도착해 3층 약속 장소인 ‘VIP대기실(출연자 대기실)’을 찾아갔다.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까닭에 2,30분 기다린 후에 함께 울력을 보태며 글쓰기 공부를 할 도반들이 도착했다. 오늘의 본 행사는 오후 2시부터이지만 일부는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일부는 나와 함께 대략 2시간 가까이 수필에 대해 공부를 했다. 오늘따라 개인 사정으로 결강자가 많아 수업 분위가기 다소 썰렁했다. 강의를 마치고 일행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휴식을 취하다가 오늘의 주된 행사인 “시낭송 및 길거리 공연인 버스킹(busking)과 무료 책 나눔”이 시작되었다. 이 행사에 자유로운 처지라서 그에 구애받지 않고 공원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즐겼다.


솔라타워 얘기다. 거대한 돛단배 모습을 형상화 시켜 건축했다는데 진해의 랜드마크(land mark)로 내세워도 손색이 없지 싶었다.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 시설이란다. 태양광 모듈 600kw(타워 450kw/옥상 150kw)로서 “1일 전기 생산량”은 1,300kwh(200 가구 사용량)라고 한다. 한편 서울 남산타워 236.7m, 대구 달서구의 83타워 202m, 이곳의 솔라타워 136m, 부산 용두산 타워 120m라는 얘기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높은 관광 타워란다. 또한 이 빌딩의 27층(높이 120m)엔 사방을 둘러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바로 위층인 28층에는 북카페(book cafe)가 자리하고 있었다.


전망대인 27층에 도착해 밖을 둘러보니 속세를 떠나 별 세계에 불시착한 기분이었다. 사방팔방 360도 어느 방향으로 조감(鳥瞰)하는 풍경도 아름답고 친근하게 다가와 안겼다. 특히 전망대 뒤편의 “우도”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조망은 압권이고 백미였다. 바로 눈 아래엔 자그마한 “우도”가 길게 누워있는 자태가 그림같이 아름다웠고 조금 멀리 왼쪽으로부터 부산 신항(新港)이 손에 닿을 듯 했고, 거가대교가 섬과 섬 사이 바다 위에 결려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크고 작은 이름 모를 섬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 다도해의 정경에 맘을 뺐겨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한편 전망대 바닥 일부에 폭 1.5m와 길이 3~4m가 특수유리로 되어 있어 120m 아래의 땅 바닥이 아득히 보여 아찔했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감히 유리 위에 올라설 용기가 나지 않아 가장자리를 맴돌며 궁싯대다가 끝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한편 27층 전망대에서 걸어서 올라가야하는 28층은 북카페였다. 찾는 이는 꽤나 많았지만 그곳에 진득하게 자리 잡고 앉아 독서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쪽엔 느린 우체통이 놓여 있는데 3개월 후에 배달된다는 노란색 우체통, 6개월 뒤에 배달된다는 청색 우체통, 1년 뒤에 배달된다는 빨강색의 우체통은 공연히 설렘과 감동을 안겨 엽서를 쓰고 싶다는 충동을 잠재우기 어려웠다.


해변이 그립다면 솔라타워 뒤쪽 비탈에 개설된 해안산책로를 따라 가다가 우도보도교로 “우도”로 건너가서 왼쪽으로 휘 돌아가다 보면 하얀 등대가 저 멀리 보인다. 등대로 향하지 말고 섬 뒤쪽으로 다가가면 바닷물에 손발을 담글 수 있다. 또한 야트막한 산등성이로 오르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과 조용한 벤치를 만날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우도” 동네 오른쪽으로 뚫린 조붓한 길을 따라 섬 끝까지 느릿느릿 거닐며 산책해도 1시간 정도면 뒤집어쓰고도 남으리라.


한편 어류생태학습관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유익할 것 같았고, 해양생물 테마파크에서는 유영생물(遊泳生物), 저서생물(低棲生物), 디오라마(diorama) 따위를 제대로 공부하는데 안성맞춤이지 싶었다. 또한 해전사(海戰史) 체험관은 학익진(鶴翼陣)을 모티브로 형상화한 건물로서 여기는 동양과 서양의 해전 역사를 배울 공간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 시설이나 전시 내용은 언젠가 어디서 봤지 싶은 기시감(旣視感) 즉 데자뷔(deja-vu) 됨은 왜일까. 혼자서 자분자분 걸으며 구석구석 살펴봤어도 뇌리에는 섬에 어울리지 않게 우뚝 선 요상한 모양새의 99빌딩과 솔라타워가 어른거림은 왜일까.


2022년 5월 21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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