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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벚꽃을 보며 질본 정은경 본부장 얼굴을 떠올리다-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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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2건 조회 963회 작성일 20-03-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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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일요일을 지키다 오후 늦게 인근 안양천으로 나왔다. 줄줄이 늘어선 벚꽃에서 폭풍전야를 느낀다. 명자꽃 울타리 사이사이 얼굴 붉은 명자들이 곱기도 하다. 석죽은 햇살이 개나리꽃 앞에서 더욱 맥을 못 춘 채 스러져 간다. 내일이나 모레쯤은 벚꽃이 경천동지할 듯한데 일에 사로잡힌 인생이라 나와 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쓸쓸한 벚꽃의 뒤안길을 걸으며 허탈해 하던 작년이었다. 

일조량이 좀 더 긴 건너뜸 목동 언덕에는 벚꽃이 제법 분분해 보인다. 버들개지가 잔뜩 매달린 수양버들도 안양천을 연둣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한가로이 떠오는 바람이 메마른 억새풀숲을 휘저으며 지나간다. 억새풀숲의 스산한 바람소리는 언제 들어도 사람을 외롭게 한다.

습관처럼 묵주만 챙겨 나왔다. 따듯한 오후 햇살을 받으며 안양천변에서 좀 읽고 와야지 하며 챙겨두었던 책을 놓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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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붐볐다. 청소년들과 가족 단위 사람들,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널따란 운동장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는 사람들. 양천구 영역이나 영포구 영역이나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는 코로나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모두 챙겨 쓴 마스크가 코로나를 떠올리게 할 뿐이다.

 

한강 합수부 쪽을 향해 좀 더 걸었다. 안양천에는 꿩도 산다. 산에만 산 줄 알았던 꿩을 종종 만난 이후 안양천의 꿩 소리는 익숙해졌다. 봄뜻 오른 꿩 소리가 고향 뒷산을 떠올리게 하면서, 홀로 있는 어머니에게로 마음을 끌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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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앞 안양천에는 여전히 잉어들의 브리칭(바다에서 고래가 물 위로 힘차게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모습) 흉내가 이어진다. 안양천을 자주 찾는 내게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길을 걷다가 멈춰 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아직 나목인 채 서 있는 나무 가지마다 앉아있는 참새들이 솔방울 같다. 화살나무 울타리에는 작설 같은 이파리들이 촘촘하게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이어진 조팝나무 울타리에는 조팝꽃을 활짝 피워낸 곳도 있고, 좁쌀처럼 작은 꽃망울들을 아스라이 매단 곳도 있다. 발걸음이 여유롭고 마스크 속 사람들의 표정은 분명히 밝다.

이 평화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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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의 초췌한 얼굴과 며칠 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홀로 특별기도를 바치며 보였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쓸쓸한 뒷모습이 오버랩 된다.

온 세상이 코로나19로 아우성이다. 중국 우한 때만 해도 남의 일이려니 하였다. 또한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급기야 우리나라에서도 근 두 달 동안 코로나가 소소리바람을 일으켰다. 매일 추가 확진자 추이를 지켜보면 지금은 조금 수그러든 셈이다. 코로나19와 목숨 내놓고 싸워온 이들의 덕분이다. 하지만 엄청난 희생을 치렀고, 그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휴일이지만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한 채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코로나19와 싸우는 이들을 위해,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거나 희생된 분들을 위해 매일 쉼 없이 기도하는 사람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이들로 인해 끝내 평화를 찾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꾸려가는 사람들은, 한 나라의 통수권자나 정치지도자가 아닌, 바로 그들이라는 생각이다.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지난 토요일 동네 뒤산인 청량산 등산에 나섰다가  청량산 임도와 가포로(架浦路)를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 11~12km의 벚꽃길을 3시간 남짓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 곳이 산책길인데 가족단위로 산책 나선 나들이 객들이 많았는데, 99%가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어 묘한 기분이 들더이다. 아마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나 하나 뿐이었지요. 고약한 역병이며 돌림병인 코로나-19! 어서 사라져야 할터인데.....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교수님 마스크는 쓰셔야 됩니다. 갈수록 사람들이 예민해져서
예기치 못한 행동을 보일 수 있거든요.
서울에는 이제야 벚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벚꽃이 만개하면 직원들이랑 김밥 싸들고 점심 때 안양천을 가곤 하였는데
올해는 눈치 받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