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한일문화 경계를 넘어서 > 자유창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57247_0788.jpg 

자유글 한일문화 경계를 넘어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윤복순 댓글 2건 조회 449회 작성일 22-12-10 17:01

본문

한일문화 경계를 넘어서

윤복순

 

일본인 가나다라클럽 회원 여섯 명이 전주에 왔다. 2019년 우리가 일본 가나자와에 다녀왔다. 코로나193년 만의 만남이다. 오랜만인 만큼 더 많이 반갑다. 그들을 맞이하기기 위한 준비도 더 많이 했다.

그들과 함께 전라북도 생활문화란 강의를 1시간 들었다. 강사는 일본어로 했고 전북 거주 일본인이 우리말로 통역을 했다. 일본인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스시벤도체험이다. 전북에 거주하는 일본인 모임에서 준비했다. 식당에서 직접 초밥 만들기를 하려 했는데 준비된 재료로 만들기만 하니 별 의미가 없다. 작년에 우리가 김장체험을 준비했다. 배추는 절여서 씻어 물을 빼놓고, 양념도 다 버물려 놔 배추에 바르기만 하니 별 의미가 없었다. 올해 스시는 재료와 만드는 법을 동영상으로 보고 그들이 만들어 온 초밥도시락으로 점심을 같이 했다.

기모노체험이다. 가나다라회원들이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고 설날 세배 드리는 체험을 했었다. 올해는 우리가 기모노를 입고 일본 다도를 체험한다. 나도 모델이다.

어렵게 입었는데 거기까지가 속옷이란다. 겉옷은 많은 회원이 보는 앞에서 입었다. 오른쪽 앞부분을 아래로 입고 왼쪽 앞부분을 그 위에 덮어 길이를 맞춰 허리 아래 부분에서 허리끈으로 묶는다. 기모노는 무늬가 없거나 작은 것이 정장이고 무늬가 많은 것은 캐주얼이다.

오비(허리에 두루는 띠)는 한 장의 천이고 여러 가지 매는 방법이 있는데 오타이코 무스비라고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모양으로 그들이 만들어 왔다. 오비 위에 오비아게로 강조하고 오비지메로 꽉 매어준다. 엄지와 다른 발가락으로 나뉜 버선 모양의 다비를 신고 조리라는 신발도 신었다.

기모노와 오비는 똑같은 것이 없다. 염색의 아름다움, 모양의 대담함, 자수와 홀치기염색의 세심함, 오비의 화려함 등 움직이는 예술작품이라고 한다.

기모노를 입은 채 다도체험이다. 다도의 모토는 차 한 잔으로 부터의 평화를이다. 함께 차를 마시면서 서로 존경하고 우호를 두텁게 하자는 것이다. 한일교류에 딱 어울린다. 차를 함께 마시는 자리에는 족자와 꽃꽂이가 있어야 하고 족자는 다회의 주제를 표현한다. 꽃꽂이는 자연과 일체가 돼야 한다. 이번 주제는 일기일회(一期一會). 평생에 단 한 번 밖에 없는 멋진 만남이란 뜻이다. 꽃은 조그만 병에 노란 국화 한 줄기를 꽂았다.

차를 마시는 법은 먼저 과자를 먹고 차를 마시는데 차를 마시면서는 과자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차가 나오면 찻잔을 조금 왼쪽으로 두었다가 먼저 마시겠습니다.’ 옆 사람에게 말을 건다. 다시 찻잔을 내 앞으로 놓고 잘 먹겠습니다.’ 하며 절을 한다. 왼손 바닥에 찻잔을 놓고 오른손으로 바치고 차를 만들어 준 사람에게 가볍게 감사를 전한다. 찻잔을 시계방향으로 두 번 돌려 천천히 마신다. 찻잔을 돌리는 것은 찻잔 정면에 입을 대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찻잔 제작자와 소유자에게 경의를 표함이다.

차를 마신 후 찻잔을 입에 댄 자리를 엄지와 검지로 닦고 종이로 손가락을 닦는다. 시계반대 방향으로 찻잔을 돌려 찻잔 정면을 자신 앞쪽에 두고 찻잔을 감상한다. 비스듬히 기울여 바닥 쪽까지 감상한다. 찻잔은 예술작품이다. 감상이 끝나면 찻잔의 정면을 본인 쪽으로 놔둔다. 찻잔을 가지러 온 사람에게 정면을 보이게 건네준다. 상대방에게 정면을 보이게 하는 것은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차를 만들 때는 왼손으로 찻잔을 가볍게 누르고 다선을 세워 손목을 사용해 다선을 휘저어 거품이 나도록 한다. 끝마무리는 히라가나의 노()를 써서 마무리 한다.

다도는 화경청적(和敬淸寂)이다. 사이좋게 서로 존경하고 깨끗한 마음을 소중히 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황하지 않는 마음을 가진다는 뜻이다. 기모노와 다도를 통해 일본 문화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오늘을 위해 그들도 많이 준비했을 것이다. 그 준비를 유감없이 내보이는 화합의 밤이다. 우리는 한복을 입고 그들은 기모노를 입었다. 모두 아름답다.

행사장에 우리는 백련차를 준비했다. 차 맛은 말 할 것도 없고 연꽃의 자태가 마음을 한없이 평화롭게 한다. 함께 준비한 떡도 맛과 모양이 일품이다.

전북에 거주하는 일본인 팀에선 일본의 전통놀이를 준비했다. 작년에는 겐다마놀이를 했는데 올해는 우리나라 공기놀이와 같은 오테다마를 해 보았다. 일본어 책에 미츠리에서 요요츠리나 긴교스쿠이 중 무엇을 할까 하는 내용이 나와 궁금했는데 요요츠리를 준비해 놓았다. 낚시 바늘을 양쪽으로 날개같이 만들어 종이를 돌돌 말아 만든 끈으로 묶었다. 물을 넣은 조그만 풍선을 큰 물그릇 위에 띄워놓고 낚시 바늘로 풍선을 잡아 올리는 게임이다. 쉽게 풍선 고리에 바늘을 뀌었는데 끈이 종이라서 물에 젖어 바로 끊어지고 만다. 여러 번 해 봤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행사 시작 전 백련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일본의 전통놀이를 하며 식장의 분위가가 많이 업 되었다. 내빈들도 속속 도착했다.

동영상방영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1년 동안 있었던 동영상을 보니 이번 행사를 위해 여러 번 연습하고 점검한 우리들의 노력과, 6월 지리산 힐링캠프 때 모두들 웃고 있는 모습들이 모두 한마음이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일본인들의 하꼬만고쿠운도단체무용으로 문을 열었다. 하꼬만고쿠 축제 때 추는 춤으로 간단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이다. 우리 팀과 같이하기 위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묵념을 하고 우리 팀은 단체무용은 하지 않았다.

한일 하모니 합창단의 일본노래 후루사토와 우리민요 각시풀이 노래를 공연했다. 그들은 그들대로 일본에서 연습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연습을 했는데 어쩌면 한 팀으로 연습한 것처럼 이리도 잘 맞을까. 이렇게 잘 맞는다면 일본과 우리는 가깝고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까운 이웃이 될 것 같다.

그들의 하꼬만고쿠운도에 대한 답가로 우리는 사랑가를 공연했다. 회장님 부부의 사랑가는 실제 이도령 춘향이 마냥 잘도 어울린다. ‘얘 춘향아, 우리 업고 좀 놀아보자.’ ‘도련님도 건넌방 어머님이 아시면 어쩌려고 이러시오.’ ...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오래 전 전국여약사대회 때 전북약사들이 불렀던 판소리라서 나도 따라 불렀다. 전북을 알리고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사랑가만한 것이 또 있을까.

개회선포, 환영사, 답사, 축사, 격려사 등이 있고 비빔밥 퍼포먼스가 있었다. 큰 가마솥의 밥 위에 각종 나물, 계란지단, 고기 등등 색깔이 정말 예쁘다. 예술작품이라서 감히 주걱을 대기가 미안하다.

비빔밥은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일 뿐만 아니라 각각의 재료들이 합쳐져 몇 배의 상승효과를 내는 맛으로 화합의 밤에 안성맞춤이다. 우리회장, 일본회장, 전북에 살고 있는 일본인 모임의 회장, 내빈 등이 큰 주걱으로 비볐다.

주방에서 밥을 골고루 잘 비비는 동안 우리는 모두모두 손에 손을 잡고 아리랑 군무를 했다. 애도의 기간이라서 짧게 했다.

불고기 전골과 비빔밥으로 저녁식사를 같이 했는데 일본인의 비빔밥 칭찬이 끝이 없다. 맛도 맛이지만 비비기 전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일본에 돌아가면 많이 얘기 할 거라며 휴대폰에 담은 사진을 보여준다.

합창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랑가도 비빔밥도 아리랑도 모두가 화합이다. 한일관계는 역사적으로 쉬운 관계가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우리가 한다. 누구에게 쉽게 얘기할 수도 없고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한일여성친선협회는 한 발짝씩 띄어본다.

 

2022.11.4

댓글목록

박래여님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한일여성친선 협회도 있군요. 글에서 느끼는 두 나라 여자들의 화기애애가 느껴집니다.^^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지 싶다가도 크리티칼한 문제에 봉착하면, 도저히 건너기 어려운 강이 버티고 있는 두 나라이지만, 민간적인 차원에서라고 교류하면서 서로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교류를 넓히다 보면, 좀더 대승적인 관점에서 서로에게 다가 갈 수 있겠지요. 아름다운 인연과 교류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