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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재미있는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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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래여 댓글 2건 조회 459회 작성일 22-12-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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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사투리

    박래여



 “인더라.”

 농부가 손을 내민다.

 “아나? 아나~~~.”

 나는 장난스럽게 수영용품이 담긴 소쿠리를 내민다.

농부는 자신의 운동가방과 내 수영소쿠리를 들고 앞장을 선다. 나는 인더라.’ ‘아나를 흥얼거리며 농부에게 팔짱을 낀다. 참 정겨운 사투리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쓰이지 않는 경상도 말이다. ‘인더라.’ 달라는 뜻이다. ‘아나는 준다는 뜻이다. 어느 지역이나 있는 쓰임말인 사투리는 구수하고 유머러스하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말글이라서 그럴까. ‘, 퍼떡 안 오고 머 하노?’ ‘그 아는 짜달시리 예뿐 데가 없더라.’ ‘매매 씨꺼라.’ ‘비가 억수로 마이 온다.’ ‘우짜노. 단디 하제.’ ‘만다꼬. 그라노?’ 이런 말들이 참 정겹다. 평소에 내가 쓰는 말인데 오늘따라 흥미롭다. 나는 슬그머니 장난 끼가 도져 농부의 옆구리를 쿡 지르며

 “운동 너무 쎄빠지로 하지 마이소.”

 “와 이카노?”

 “와 예? 마님 시키는 대로 하모 자다가 떡 얻어 묵는다 카데.”

 그러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제 나도 만 65, 노령연금을 받을 받는다. 부부가 노령연금을 받게 되면 농부의 연금이 줄고 부부 합쳐 48만 원 선이다. 국민연금과 합쳐 매달 100여만 원 정도 된다. 수술비 같은 목돈 들어갈 일만 없으면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농부는 아니다. ‘그 돈으로 한 달 우찌 사노? 공과금만 해도 몇 십만 원인데.’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 이보다 더 어려울 때도 살아냈잖아. 산다. 고마.’ 나는 천하태평이다.


 물론 돈은 다다익선이라 했다. 돈이 많아도 문제가 많은 세상이다. 내 선에서 적당한 돈은 얼마일까. 돈은 쓰기 나름이란다. 노인들 말씀에 나이 들면 돈 쓸 일도 없단다. 보약이니 건강식품이니 하는 것은 자식들이 오가면서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단다. 자식들이 결혼을 하면 돈이 더 많이 든단다. 손자손녀 용돈 챙겨주는 것, 학비 보태 주는 재미로 산다는 노인도 있다. ‘저거 준 돈 모아 놨다 저거 아~들한테 쓴다 아이가.’ 곱씹어도 정겨운 말들이다.


 체육센터에 들어서면서 농부에게 인주소했다. 수영 가방을 달라는 뜻이다. 다시 인주시게요.’하고 웃었다. 또 시자만 붙이면 높임말이 되는 줄 아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텔레비전에서도 잘못 쓰는 우리말이 많다. 형용사에 시자를 붙이는 일이다. ‘날씨가 더우십니다.’ ‘들어가실 게요.’ 이런 말들, 글을 쓰는 나도 참 많이 헷갈린다. 흔히 쓰는 말인데도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예쁘십니다.’ ‘바라겠습니다.’ ‘되겠습니다.’ 이런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다. ‘예쁩니다. 바랍니다. 됩니다.’가 맞는 표현이다.

 

 늦은 오후에 아들과 딸이 오기로 했다. 시아버님 49재 마지막 재에 참석한단다. 안 와도 된다고 했지만 두 애는 할아버지 길 떠남을 살펴 드려야 한단다. 두 애들이 시아버님께 각별한 것은 어린 시절을 함께 했기 때문이리라. 3대가 함께 살아야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함께 살아온 정은 깊다. 두 어른이 구십을 넘기면서 노인이 노인을 모셔야하는 우리를 봐왔지만 두 애들은 할아버지를 무척 따랐다. 시아버님도 두 애들을 참 살갑게 챙겼다. 드는 정 나는 정은 주고받은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애들 도착할 때 됐는데. 아직 안 왔네. 아나, 받으소.”

 마당에 들어서며 농부에게 수영가방을 당당하게 내민다.

 “, 마님! 인더라.”

 골짝이 시끌시끌하도록 웃는다.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곤혹을 겪어던 두 가지 예입니다. 경상도 사투리에 대해서 숙맥이었던 군대 시절이었습니다. 부대장 집에서 기거하는데 대장의 노모는 합천 분으로 사투리가 엄청 심했지요. 그래서 의사 소통에 애를 먹었는데..., 언젠가 제게 "무슨 이바구가?"라고 했습니다. "이바구"라는 말을 몰라 쩔쩔 매며 당황할 때 서울 출신 대장 사모님이 "이야기"라는 뜻이라며 통역을 해줘서 무사히 넘겼지만..... 두번째 이야기. 경남대학교에 처음와서 강의 중에 어느 학생에게 질문을 했더니 중얼거릴 뿐 답하지 못해 추궁하다가 앉으라고 했더니 그 학생이 자리에 앉으며 "어! 씨껍했네!"라고 쌍욕을 해서 분기탱천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욕이 아니라고.... 사투리 재밋는데 때로는 엄청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묘한 구석의 문제도 있지요!

박래여님의 댓글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사투리는 재밌어요. 말글인데도 자꾸 잊게 돼요. 촌로들과 어우러져 살지 못하고 외딴 곳에 살아서 그런 점도 있지 싶어요.
이바구란 말도 흔해요. 우리 지역에선 이바구보다 이약이라고 해요. '야야, 잼 나는 이약 좀 해 봐라.'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