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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문학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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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2건 조회 493회 작성일 22-12-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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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윤복순

 

내가 약사문인회 회원이 된지는 꽤 오래다. 회원인지도 모르고 지냈다. 언젠가 약사문예란 동인지를 낸다고 작품을 보내 달라는 편지를 받았다. 촌뜨기인데다 새로운 것에 대한 울렁증 때문에 보내지 않았다. 책이 왔고 내년 작품을 받는다고 했다.

몇 년 동안 책만 받아보다 나도 글을 보냈다. 어느 해부터 문학기행 다녀온 후기들이 실리기 시작했다. 안 가본 곳도 있고, 행사 내용도 좋아 조금 부러웠다. 아는 사람도 없고 번거로워 문학기행은 포기한 채 작품을 보내고 매년 책만 받았다.

후배가 약사문예 회원이 되었다. 회원은 약사공론에서 주최하는 시 수필 부문 공모전에서 수상한 사람들이다. 후배는 문학기행에 참석을 하고 약문회 임원도 되었다. 한 발 더 나가 문학기행을 익산으로 오게 했다. 나도 처음으로 작년에 참여했다.

올해는 춘천 김유정 문학관과 인제 만해 문학관이다. 몇 달 전부터 회장단들이 머리를 싸매고 의견을 내고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하고 숙소도 잡고 야단법석이었다. 나는 평회원이니 잘 따르기만 하면 된다. 참가인원은 열다섯 명이다. 코로나19로 문학기행이 중단 되었다 작년 당일치기로 했다.

후배가 열차표를 예매하고 집결장소를 알고 찾아가는 법도 다 아니 나는 그 날짜와 만나자고 한 시간만 알면 된다. 새벽열차인데 후배가 데리러 오겠단다. 그래야 내 남편이 마음 편할 거라며. 우리 집을 오려면 돌아야 하는데 매번 이렇게 챙겨준다.

서울에 도착하니 집결장소엔 이미 회원들이 모여 있다. 9시 출발예정이었는데 850분에 출발했다. 수원 사는 총무 하약사가 아침식사를 못 하고 온 회원들을 위해 떡과 과일을 준비해 한 사람 씩 나누어 준다.

강릉에 사는 김약사는 일행과 같이 하며 안내하려고 새벽같이 기차를 타고 올라왔단다. 오후에 속초에서 합류해도 되는데. 김약사는 약사문예 상금 100만원도 오늘을 위해 다 내 놓았다. 울산에 사는 서약사는 참석도 못하는데 상금 중 30만원을 찬조했다.

어약사는 김유정에 대해 조사해 와서 버스 안에서 조근 조근 설명을 해 준다. 고향, 어린 시절, 박녹주와의 사랑, 금병의숙, 문단활동 등등.

또 한 번의 짝사랑, 박봉자에게 수십 통의 편지를 보냈지만 단 한 통의 답장도 받지 못했다. 더구나 알고 지내던 친구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병인 결핵이 악화 되었다. 결핵을 앓던 이상이 동반자살을 하자고 했지만 김유정은 거절했다. 유정이 먼저 죽고 이상도 18일 후 도쿄에서 숨을 거둔다.

김유정이 필승에게 쓴 글을 보면 최후의 순간까지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돈이 없어 부탁하는 내용도 있다. 인기 있는 탐정소설을 보내 주면 번역해 돈을 벌어 닭을 고아먹고 땅꾼을 사서 살모사 구렁이도 십여 마리 먹고 싶다고 쓰여 있다. 30세도 못 돼 저세상 사람이 되었으니 안타깝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농촌 현실을 해학적이고 서정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학창시절 봄봄 동백꽃 등을 읽었다. 문학관에는 점순이의 키를 재는, 닭싸움을 시키는 모형이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인 실래마을을 다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오후 버스 안에선 나주에 사는 김약사가 만해 한용운 선생에 관해 준비해 왔다. 27세에 백담사에서 득도, 32세에 일본 첩자로 오해받아 총을 맞고 마취 없이 총알 제거, 39세 오세암에서 좌선 중 바람에 물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의정돈석(의심스런 생각들이 환하게 풀림)을 이룬 후 오도송을 남김, 41세 독립선언 연설을 하고 일본경찰에게 체포됨, 47세 님의 침묵 탈고, 55세 성북동에 심우장을 짓다 총독부돌집을 마주보기 싫다고 북향으로 지음, 66세 심우장에서 영양실조로 입적, 망우리 공동묘지 안장.

그 시기시기에 맞는 시를 모든 회원이 하나씩 낭송하게 하는 센스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

동국대 만해마을 만해 박물관은 선생을 기려 지은 문인의 집 만해학교등이 있다. 평화의 시 벽이 인상적이었다. 2005년 세계평화시인대회에 참가한 시인들을 징 모양의 동판에 담았다. 만해선생의 일대기를 쭉 둘러보며 조종현이 쓴 만해스님을 추모하는 시뒷부분을 읊조려 보았다.

만해는 중이다. 그러나 중이 되려고 중이 된 것이 아니다. 항일 투쟁하기 위해서다./ 만해는 시인이다. 하지만 시인이 부러워 시인이 된 건 아니다. 님은 뜨겁게 절규했기 때문이다./ 만해는 웅변가다. 그저 말을 뽐낸 건 아니고 심장에서 끊어 오르는 것을 피로 뱉었을 뿐이다.

강릉의 김약사는 회원들이 강원도에 간다고 맛 집부터 볼거리 등을 알아보고 시간체크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 일정에 없는 박인환 문학관을 들를 수 있었다. 문학관은 시인이 활동했던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놨다. 젊을 때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등을 자주 외웠었다. 만해마을에서 가까운 한국시집박물관도 구경할 수 있었다

숙소는 속초의 소노호텔 앤 리조트다. 회의실을 빌려 약사문예 제 22출판기념회를 했다. 고향이 속초인 어약사가 속초 시인 이상국 선생을 초청했다. 1시간 남짓 선생의 강의를 들었다. 그는 절실함이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회원들은 자작시 애송시 낭송을 하고, 색소폰 하모니카 연주를 하고, 동인지 출판을 자축했다.

방은 많이 넓어 침실이 세 개이고 베란다에 온천까지 있다. 온천욕을 하고 포도주를 마시며 멋을 부리고 낭만을 누려 보았다. 다음날 새벽에는 여명과 일출을 베란다에서 맘껏 볼 수 있었다. 회장이 방 두 개와 아침 식사비용을 모두 지불했다. 회원들 호사시켜 주고 싶었다고 했다.

다음날은 외옹치해변을 걸었다. 속초에 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강릉에 살고 속초가 고향인 회원이 있으니 알짜배기를 구경할 수 있다. 누가 지중해가 멋있다고 했나. 나는 동해바다가 백배 천배 더 좋다. 두 팔을 벌리고 해변덱크 위에서 빙빙 돌았다.

속초아이 관람차도 탔다. 어느 해 바이킹을 탔는데 맨 끝이 제일 재미있다는 말에 그곳에 앉았다가 반은 죽어났던 기억 때문에 안 타려 했는데, 하나도 안 무섭다. 어린아이 마냥 그저 좋았다. 단체가 아니었다면 어림도 없다.

이 모든 일정에 나는 숟가락만 얹었다.

 

2022.11.8

댓글목록

윤복순님의 댓글

윤복순 작성일

오늘이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셔요.
생각해 보니 2022년 특별히 좋았던 것도 없고  특별히 나빴던 것도 없네요.
대체로는 괜찮았단 얘긴가요.
내년에도 우리 모두 건강하고 즐겁게 살으십다.
감사합니다.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오래 전 만해스님의 생각는 방문힜었지만 아직 인제 만해문학관을 마음에 두고 있을 뿐 찾아가지 못해 무척 궁금하답니다. 몇 몇 글동무들이 한 번 가자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해...... 게다가 춘천의 김유정 문학관 역시 한 번도 발길이 닿지 않았지요. 언젠가 꼭 한 번 가볼 심산이랍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다음 글은 계묘년에 뵙겠네요. 올 한 해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셔서 대단히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글 많이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