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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대나무를 보고 / 하수일 (: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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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해드림출판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2회 작성일 19-11-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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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일


어느 날 나는 동산 가운데 있는 대나
무 밭을 거닐다가 이상하게 생긴 대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였다. 그 뿌리
부분과 끝 부분은 다른 대나무와 비
슷한데, 그 가운데 부분의 마디가 다
른 것에 비하여 촘촘하게 짧고 또 굽
어 있었다. 그래서 그곳을 자세히 들
여다보니 벌레들이 좀먹은 구멍이 나
 있었다.
모든 대나무는 뿌리 부분에 있는 마
디가 짧고 위로 올라갈수록 마디가
길어지다가 끝 부분에 가서 다시 짧아 지는 것이 상례일 뿐만아니라 곧게 자라
는 것이 또한 당연한 것인데, 지금 이와 같이 길어야 할 부분이 짧고 곧아야 할
 곳이 굽어 있으니, 이는 모두 본래의 성품을 벗어난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외부의 시련에 의하여 이와 같이 본성이 변한 것이 어찌 저
 대나무 뿐이겠는가? 나는 여기서 탄식하기를, “우리 인간도 이 세상에 태어날
때에는 본성이 착하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물욕에 어두워 양심이 비뚤어지
면 저 굽은 대나무와 같이 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하였다.
저 대나무는 좀벌레 때문에 그 본성을 잃어버리고, 사람은 욕심 때문에 타고난
 성품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이 병들어 있다면 그 사람을 무엇
에 쓰겠는가?
옛사람이 이르기를 “사물을 관찰하여 자신을 반성하여 보라.” 하지 않았겠는
가? 내가 저 병든 대나무를 보며 이 글을 쓰는 것이 어찌 까닭이 없겠는가?
-『송정집(松亭集)』


* 병든 대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인간도 저 대나무와 같이 물
욕에 병이 들면 그 본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했다.


* 하수일(河受一) : 1553년(명종8년) ~ 1612년(광해4년). 호는 송정(松亭). 남
명 선생의 문인 23세에 선산 향시(鄕詩)에 응시. 선조 22년(37세)에 사마시에
급제. 선조 24년에 전시 병과로 급제. 다음 해 임진왜란을 당하고 48세에 성균
관 전적 역임. 그후 현감, 병조좌랑, 이조정랑 등 역임.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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