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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설 (鏡說)/ 이규보 (이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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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해드림출판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9회 작성일 19-11-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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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


거사(居士)가 거울 하나를 갖고 있었는데 먼지가 끼어서 흐릿한 것이 마치 달이 구름에 가리운 것 같았다. 그러나 거사는 아침, 저녁으로 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용모를 가다듬곤 했다.

한 나그네가 거사를 보고 이렇게 물었다.

"거울이란 얼굴을 비추어 보는 물건이든지, 아니면 군자가 거울을 보고 그 맑은 것을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당신의 거울은 안개가 낀 것 같아서 얼굴을 비추어 볼 수도 없고, 그 맑은 것을 취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오히려 계속하여 비춰 보고 있으니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거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거울이 맑으면, 얼굴이 잘생기고 예쁜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얼굴이 못 생겨서 추한 사람은 오히려 싫어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잘생긴 사람은 적고, 못생긴 사람은 많습니다. 만일 한번 보면 반드시 깨뜨리고야 말 것이니 차라리 먼지가 끼어 흐릿하게 두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할 것인즉 흐려진 그대로 두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먼지로 흐리게 된 것은 겉만 침식할 뿐 거울의 맑은 바탕을 없어지게 하지는 않는 것이니, 만일 잘생기고 예쁜 사람을 만난 뒤에 닦고 갈아도 늦지 않습니다.
아, 옛날에 거울을 보는 사람들은 그 맑은 것을 취하기 위함이었지만, 내가 거울을 보는 것은 오히려 흐린 것을 취하는 것인데, 그대는 어찌 이상하다 합니까?"

나그네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 이규보(李奎報) : 1168(고려 의종22) - 1241년(고종 28년)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호부낭중 윤수의 아들. 22세 되던 명종 19년에 사마시에 급제하고 이듬해 문과 급제. 그의 호탕 활발한 시풍은 당대를 풍미했으며, 만년에 불교에 귀의했다. 시호는 문순(文順). 그의 문집 『동국이상국집』에 장편 서사시 [동명왕편], 소설 [백운소설], [국선생전], [청강사자현부전] 등이 실려 있다.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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