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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니벌과 배추벌레/신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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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해드림출판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49회 작성일 19-11-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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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니벌과 배추벌레/신광한


계미년(1523) 여름에 내가 어머니 상(喪)을 당하여 상중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낮, 날씨는 어두컴컴한데 앉았노라니 무엇인가가 뜰로 날아들었다. 모양은 벌과 같은데 조금 작고 욍윙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날아다녔다. 이상해서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무 슨 벌레인지 얼른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두 다리로 진흙을 뭉쳐가지고 어디론가 날아가더니 또 다시 와서 그렇게 하기를 하루 종일 하는 것이었다. 이에 심부름하는 아이에게,

“가서 저것이 무슨 벌레이며 뭉쳐간 진흙으로 무얼 하는지 살펴보고 오너라."

하였다. 아이가 살펴보고 와서는 벽틈 사이에다가 그 진흙으로 집을 짓더라고 하였다. 며칠 후에 또 아이에게,

“가서 그 벌레가 죽었는지 아니면 다른 벌레로 변했는지 살펴보고 또 무슨 이유로 그전처럼 날아오지 않는지 살펴보고 오너라."

하였더니, 아이가 가서 살펴보고 와서는,

“그 벌레가 이제는 진흙을 나르지 아니하고 어디론가 날아가서 벌레를 한 마리 물어와서 집에다 넣어놓고는 웅웅 소리를 내며 날개를 비벼댔습니다. 그게 무슨 벌레인지 모르지 만 참 이상도 합니다."

하였다. 이에 내가,

“그것은 바로 나나니벌이고 그가 물어온 벌레는 배추벌레다. 나나니벌은 다른 벌레를 자기와 유사하게 변화시킬 줄을 아는 벌레이다."

했더니 아이가,

“그렇다면 변화하는 벌레가 있단 말입니까?"

하였다. 내가,

“그렇단다. 장자(莊子)도 거기에 대해 언급하였다마는 네가 어려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 주겠다. 때에 따라 변화하는 벌레가 있는데 시경 에 나오는 8월의 여치, 9월의 베짱이, 10월의 메뚜기나 귀뚜라미가 바로 그런 것들이 다. 또 끊임없이 생성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벌레가 있다. 너도 누에치는 것을 보았겠지. 누에는 고치를 만들고 고치 속에서는 번데기가 생겨나고 번데기는 다시 나방이 되 며 나방이 교배한 후에는 알을 낳고 알에서는 다시 누에가 태어난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다른 벌레를 자신과 유사하게 변화 시킬 줄 아는 벌레는 오직 나나니벌뿐이란다."

하니, 아이가,

“벌레는 벌레이니까 그럴 수 있겠습니다만 사람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하였다. 내가

“좋은 질문이다. 공자(孔子)는 추(鄒) 나라 사람의 자식으로 성자(聖者)였고 안회(顔回) 는 안로(顔路)의 자식으로 현자(賢者)였다. 그런데 공자는 남의 자식인 안회로 하여금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자기와 유사하게 하도록 하였으니, 이것도 역시 변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면서 사람을 변화시킨 일은 공자만이 할 수 있었다. 공 자 이후에는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남에게 변화를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없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하였다.

- <기재집> 문집(文集) 권1(한국문집총간 22)


신광한(申光漢) : 1484(성종15) - 1555(명종10). 중종조의 문신이다. 신숙주의 손자로 조부에게 수학하였다. 조광조 때에 신진사류로 등용되었다가 기묘사화 때 삭직, 이후 다시 등용되어 좌찬성에 올랐다. 문장에 능하고 筆力이 뛰어났으며, 문집으로 <기재집(企齋集)>과 소설 < 기재기이(企齋記異)>를 남겼다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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