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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낳은 우연_한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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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해드림출판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01회 작성일 19-12-0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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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낳은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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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판 암
 

 

 

 

우연은 이번에 출간한 내 세 번째 수필집의 제목인 동시에, 그 수필집에 게재된 하나의 수필 제목이다. 수필집 우연이 뜻하지 않게 또 다른 의미를 새기는 셈이기 때문에 우연이 또 다른 우연을 낳은 셈이다.
 

내 첫 번째 수필집인 찬밥과 더운밥이 결혼 30주년인 진주혼식 기념일(2005118)에 출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고고한 탄생을 알렸다. 타고난 성격 때문인지 가족에 대한 애정 표현이나 진솔한 마음의 전달이 무척 서툴다. 여태까지 아내의 생일이나 각종 기념일을 제대로 챙겼던 적은 다섯 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다. 그런 처지에 아내를 줄거리로 삼아 펼치는 얘기를 제목으로 정한 책의 출간을 알렸으니, 그보다 더 값진 선물이 어디 있으며 그런 우연이 있을까. 그런 저간의 사연을 얼개 삼아 쓴 글이 우연이라는 작품이다. 고의적으로 획책하거나 은근하게 유도하지 않았음에도 새털같이 많은 날 중에서 결혼기념일과 일치한다는 사실 자체가 축복으로 여겨졌다.
 
나름대로 웅숭깊은 사연을 담은 작품 우연을 책 이름으로 예순 한 편의 작품을 줄 세워 펴낸 나의 세 번째 수필집이 우연이다. 원고를 가다듬어 출판사로 전송한(326) 이후에 메일이나 전화로 진척 상황을 전해 들으며 교정도 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책 출간을 서둘라거나 특정한 날짜에 맞춰 출간하라는 골치 아픈 주문을 했던 적이 없다. 그저 물이 흐르듯 멀리서 지켜보면서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세상에 탄생을 알릴 것으로 어림짐작했다.
 
얼마 전에 책의 편집이 마무리 되어 인쇄소로 넘겨 미구에 상견하게 되리라는 언질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책이 드디어 내 손에 쥐어졌다. 그런데 무슨 조화 속이었을까. 얼핏 책장을 넘기다 보니 출판일이 2009615일로 되어 있었다. 그날은 아내의 환갑(음력으로 523)이었다. 아내의 환갑날 사촌지간인 두 손자 승주와 유진이를 비롯하여 큰며느리와 우리 내외가 뷔페에서 만찬을 즐겼다. 그리고 케이크를 사다가 집에서 촛불을 밝히며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며 조촐했지만 오붓한 가족 행사를 치렀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가외로 세 번째 수필집이 그날에 맞춰 발행되는 즐거움까지 곁들였다. 이는 수필집 우연이 또 다른 우연을 낳으며 아내에게 무언의 축복 메시지를 전달한 흐뭇한 선물이다.
 
나는 무슨 일이든지 전문가에게 맡기면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성격이다. 그러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쭙잖게 중간에 개입하여 좁쌀영감처럼 시시콜콜 따져보거나 전문 영역에 겁 없이 껴들어 헤살을 부리거나 간섭하는 주제넘은 짓을 하지 않으려 애를 쓰는 편이다. 이번 수필집 우연의 출판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구태여 내 의사가 개입되었다면 다음 두 가지가 전부이다. 첫째로 출판사 L 사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펴내는 글말미에 나의 육필로 이름을 썼으며, 둘째로 책표지와 삽화에 큰아이가 프랑스 파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작품으로 해 달라는 당부였다. 따라서 책의 출판을 결정하는 과정은 내 소관이 아니어서 전적으로 출판사의 사정을 묵묵히 지켜봤을 뿐이다. 그런데 공식적인 출판일이 아내의 환갑날과 일치한다는 것은 우연치고는 너무도 우연한 우연이다.
 
이제까지 세 권의 수필집을 출간했다. 그런데 수필집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해드림출판사 L 사장이 중심에 있었다. 첫 번째인 찬밥과 더운밥과 두 번째 내가 사는 이유를 출간할 때는 L사장이 출판사의 편집장과 편집위원으로 일하면서, 실무 책임을 떠맡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발간한 우연은 출판사 대표로서 인연은 이어졌다. 거기다가 L 사장은 나와 직접적인 사제 관계는 아니라도 우리 대학 출신으로 각별한 인연으로 이어진 돈독한 사이이다.
 
이런 흔치않은 연유로 단순히 이해를 따지거나 득실에 좌우되는 저잣거리의 상거래 같은 관계를 초월하여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 신뢰한다. 따라서 말이나 행동으로 소통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로 헤아릴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때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심전심 현상이 우연의 출판을 그리 정하도록 한 게 분명하다.
 
의도적인 연출이나 짜 맞추기를 획책하지 않았음에도 첫 수필집의 탄생을 알리는 공지가 결혼 30주년 기념일이었다는 의외성을 글로 옮긴 내용이 수필 우연이었다. 그리고 그 수필 우연을 책 이름으로 엮은 세 번째 수필집을 펴냈다. 그런데 그 수필집 우연의 발행일이 아내의 환갑날이니 이 또한 예사롭지 않은 의외의 덤이다. 일부러 억지스럽게 아귀를 맞추려 해도 이리저리 뒤틀어지는 게 세상사이기에 예상치 못한 우연이 연이어 이어지는 축복은 또 다른 은총으로 여겨 감사할 따름이다.
 

2009624일 수요일
 

 

 

*편집자, 주): 저자의 <우연> 이후의 작품집 <월영지의 사계>, <마음의 여울>, <흔적과 여백>이 역시 해드림에서 나왔고,
 
저자의 여덟 번째 작품집 <행복으로 초대>가 출간 준비 중이다. 두 인연에서 끝내는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어 날 줄 안다. 이 우연에는 은혜가 깃들었고, 안갚음이 남아 있다. 이제는 우연이 아닌 필연처럼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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